간만에 밤을 지세워 일을 했다.

몸이 피로하면 작은 사건에도 애써 삭혀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본디 군왕은 자신의 하늘인 백성을 섬기고자 왕이 되며, 

신하는 군왕이 아닌 그 군왕의 하늘인 백성을 섬기고자 관직에 나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때문에, 국가가 성할 때는 백성을 귀히 여기고 살뜰히 살핀 성군이 존재했으며, 

그 성군을 보필한 신하들은 군왕 이전에 백성을 섬기고 그들의 삶을 살피는데 고심했다.

반면에 국가가 망조에 들 때에는 예외없이, 백성을 두려워 하고 정사를 소홀히 한 군왕과,

백성들을 가벼이 여기고 군왕의 눈치를 살피며 자기 잇속 챙기는 데만 급급한 이들이 당상관이 되어 전횡을 휘둘렀다.


21세기 대한민국이라고 이와 같은 역사의 고증이 달리 적용될 리 없다. 

수많은 중 소규모 시스템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국가 시스템은 

국가 원수가 top-down 방식으로 전체 시스템의 균형과 발전을 도모하는 와중에

개별 기관들이 기관장들을 중심으로 그 역할을 다하여 bottom-up 방식으로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때, 

효율적으로 작동하며 국민 개개인은 원하는 형태의 삶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다.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들은 아직 배우지 못한 것 같다.

이미 그들의 과실로 관행과 비리의 온상이 되어 버린 이 시스템의 문제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학생들의 소소한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여 하루 빨리 개선 안을 찾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원하는 현행 시스템 내의 현상 유지를 가능케 하는 유일한 방도임을, 

내가 그만큼 언성을 높여 화를 내고 꾸짖은(!!) 것도 이 점를 일깨워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학장에 책 잡히는 것은 두려워 하면서도, 손님인 학생은 두려운 줄을 몰라서,
오히려 고객을 불러다 놓고 다그치고 따지는 일에는 거림낌이 없는 행태라니.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이면에서 자신들이 지금껏 교내 대소사를 처리해온 방식들이 

그 조직의 규모가 다르고 의도한 바는 아닐지 모르나, 

군왕의 눈과 귀를 가리고 망국의 찰라에서, 제 잇속만 챙기는 와중에, 태평성대 임을 부르짖던 

조선조 당상관들의 그것와 비교해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다.

한달 한해 앞은 봐도, 십년 이십년 앞은 내다보지 못하는 그 어리석음이 결국은 

스스로의 목을 죄는 일이 될 것임이 빤히 보이기에, 그것이 안타까워서

지금껏 그렇게 모욕과 조롱을 당하고서도 한 번 더 짚어준 것임을 어찌 깨닫지 못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