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2 24 

1) 3
주차 첫날이다. 오늘은 기념할 만한 날이다. 

생애 처음으로 총을 쏴본 날이었다. 실탄 10발을 장전하고 영점 사격을 했다. 

비교적 결과도 좋았다. 

내일과 모레의 사격 결과에 따라 특등사수가 되어 포상휴가를 갈 수도 있다. 

많은 연습이 선수되었지만 실사 시간은 짧았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군대가 아니라 위락시설에 온 것 같다. 생활 자체를 어려워 하는 동기가 많지만 

그 강도는 내가 여행 다니던 때의 수준보다 많이 어렵지 않다. 

훈련은 하나하나가 놀이기구 타는 듯 하다. 

다음주의 유격 훈련은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비효율적이고 지루하다. 

수료식 이후의 시간은 잘 계획해서 써야만 한다. 


2003
2 27 

1)
이런, 노무현이 벌써 취임을 했다니.. 얼핏 들어서 28일인 줄 알고 있었는데.. 

떡고물이라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군인의 입장이다보니 그런 것이 반갑다. 

어제도 천주교 수녀님이 인성 교육차 오셔서 "let's be" 캔커피를 주고 가셨는데 

모두들 많이 반가워 했다. 

뭐 어쨎든 어제로 3일간의 영점사격, 주간기록사격, 야간사격을 모두 마쳤다. 

재미있기도 했지만 기다리면서 하던 제식/총검술 시간은 지루하고도 길었다. 

병기 고장으로 재사격자 명단에 올라 계속 체력 단련을 받고 구보도 했다. 

어제는 훈련 중 서서 졸 정도로 피곤했었는데 이제는 고비를 넘어선 기분이다. 

24
일째이고 23일이 남았다. 

3
주차도 끝나가고, 어쨎든 좋다. 

2)
막 두번째 삭발식을 했다. 한톨 머리를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잘랐다. 

이제 2주 뒤면 돌격형 머리로 자르고 수료를 한다. 

3)
요즈음은 밖에 있을 때보다 피부가 더 좋다. 술 안 마시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덕도 있고 첫 두 주에 손에 빵구가 날 정도로 트던 탓에 

생전 안 바르던 로션을 발라댔더니 

추위와 바람에 혹사당해도 항상 피부가 보솔보솔하다. 재미있는 일이다. 


2003
2 28 

1) 2
월 마지막 날이다. 지난 1년 중 어느 달 보다도 긴 일개월이었던 것 같다. 

이제 정확히 3주 뒤면 수료식이다. 하루하루 꼽아가며 생활한다는 것이 

우습긴하지만 그만큼 의미를 찾기도 어렵고 지루한 나날이다. 동기들끼리 

그 가운데 멋진 무엇을 만들어 가려고 노력은 하지만 

지리함은 모두가 느끼는 공통적인 느낌이다. 

이제는 군인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지금껏 내가 군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그렇게 느끼게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내가 군대에 들어오기 전 준비되어 있었듯 일단 군에 들어왔으니 

나 스스로 허울을 벗어던지고 스스로 군인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사회 어느 곳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것을 시작할 때는 불필요한 멍울들은 던져버리고 그 일에 진지해야 하겠다. 

거기에 자신의 빛을 강하게 더할 때 진정 빛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우선 나의 현장은 군대이고 나는 해병이다. 

"
하루는 길지만 일주일은 짧다." - 전인규 교관님 

2)
입소한 이후 밥을 남겨본 적이 없다. 시간이 부족해서 김칫국물 정도나 남길까.. 

배식 당번들 하고도 친해져서 항상 식기 가득 배식을 받는다. 

평균 식사시간은 3~5분인데 남들의 1.5배 이상은 먹는다. 하지만 항상 허하다. 

병사에 돌아와 앉으면 항상 배가 고프다. 

고기가 먹고 싶다. 전혀 안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살점 몇 개, 밖에서 먹던 양에 비하면 비할 바 아니다. 

팀스치킨, 둘둘치킨이 그립고 삼겹살에 소주가 그립구나.. 

하지만 그 뿐이다. 

I am a soldier being able to be alive at any situation.
 

ROK.M.C(Republic of Korea Marine Corps)
 

3)
날씨가 좀 풀린 것 같다. 방한복을 벗고 단독무장에 병기를 들고 

3.5km
구보를 했는데 땀이 제법 났다. 다들 싫어하지만 가장 즐거운 시간 중 하나이다. 

같이 힘들고 같이 땀흘리기 때문이다. 서로를 격려하며 달리는 모습은 내가 

해병대에 와 있음을 그리고 내가 해병임을 느끼게 해주는 짜릿함이다. 


2003
3 1 

오늘은 3.1. 그러나 군인에게 쉬는 날이란 없다. 

- Open my mind -
 

마음의 문을 연다는 것. 나로썬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예전과 같이 말은 할 수 있지만 움츠려 있던 나의 영혼은 

머리의 것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한다. 

Not Think But Act.
홀로인 시간이 많아지면서 머리 속에 들어차기 시작한 생각들.. 

이것의 방향은 종종 핀트를 벗어나 공상이 된다. 

그것은 현실과 이상을 분리시켜 가기도 한다. 나는 real이다. 

생각은 필요없다. Be Natural 그저 깨끗한 것들로 채울 뿐이다. 

몸이 생각하는 상태가 자연스럽다. 

-
시선의 여유 - 

강자에게는 주변이 있다. 

적게 나눠주고 크게 품어라. 

그러한 도도한 기상만이 여유를 뿜어낸다. 

-
싸움이라면 얼마든지 받아주겠어 

싸움이라는 것은 두려운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인간이 발할 수 있는 의사소통 수단 중 하나이다. 싸움도 멋지고 여유롭게 한다. 

삶은 그 자체로 싸움의 연속이므로.. 

벌건 눈빛을 가진 친구들은 그저 포용하라. 

그들에게 주먹이 앞서면 평생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생각치 않고 나만 원망할 것이다. 

가능하면 품안에 끌어안아 이끌어라. 시간은 많이 걸릴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시하라. 

그것도 여의치 않을 땐 죽여라. 가치가 있따면 경우에 따라선 목숨을 걸어야 한다. 


2003
3 4 

정신없는 이틀이 지나갔다. 이곳은 유격장 병사. 양포훈련의 두번째 날 아침이다. 

나는 2(1중대 2소대) 6내무실 방장이 되었다. 

"
각 소대들어~" 소리만 들리면 " 1중대 6내무실!"하고 뛰어나가야 한다. 

우리 17명 대원들은 모두 Great하다. 

어제는 오후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서 저녁 늦게까지 함박눈이 두텁게 세상을 덮었다. 

창문 밖 광경, 식당 앞 광경 하나하나가 윈도우 배경화면으로 써도 될만큼 아름다웠다. 

그러나 때문에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오늘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2)
오늘 945기가 입소하겠구나.. 우리 밑으로 2기수의 후임이 들어왔다. 그리고 우리의 

수료와 함께 946기가 들어온다. 이제 17일 남았다. 하루하루 지난 날을 더하던 있었듯 

이렇게 감해가는 날도 분명히 온다. 

전역까지는 2 1개월 남았다. 


2003
3 7 

최고의 한주였다. 특히 어제는 입대 이후 최고의 날이라 할 만 했다. 

이른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때로는 굵어졌다 때로는 가늘어 졌다를 반복하며 

저녁 늦게까지 쉴 새 없이 내렸다. 

새벽 3시에 불침번을 서고 4 15분 총기상 완전무장 체적에 들어갔다. 

7
시까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출발, 

단독무장에 판쵸우의를 뒤집어 쓰고, 

"
비가 많이 내리고 바람이 거세지만 과업을 완수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우리는 간다. 이상!" 

이범준 중대장님의 결의있는 한마디와 함께 양포를 향해 출발했다. 

3
시간 반여 걸린다는 거리를 걷는 동안 쏟아지는 비에 바람에 군화 속은 

질척이기 시작했고 체온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몇개의 작은 읍, 면을 지나고 

호수를 건너 한 개의 산을 넘어 공용화기 사격장이 있는 브라보 C.P 양포 사격장에 

도착했다. 이미 점심 시간이 지났지만 밥차가 도착하지 않아 좁은 우천시 교장에 

2
개 중대 전체가 대기하여야 했다. 1시간여 팬티까지 젖은 몸으로 영하에 가까운 

날씨에 마냥 앉아서 대기하는 동안 몸은 식어갔다. 

잠시 후 우리는 최고의 밥을 먹었다. 철모, 탄띠를 쓰고 병기를 각개걸어한 상태였지만 

그 때 먹은 자장밥은 내가 지금껏 먹어본 중 최고의 맛이었다. 

춥고 굶주려서 만은 아니었다. 

행복했던 순간은 지나가고 우리는 사격장으로 향했다. 

K201,
유탄발사기, K3 기관총 사격을 했다. 대기하는 동안 애여오는 바람과 추위에 

홀딱 젖은 몸뚱이들은 바들바들 떨었다. 

박격포와 대전차포, 크레모아 사격 시범까지 보고서야 우리는 다시 걸을 수 있었다. 

차라리 걷고 뛰는 것이 따뜻해서 좋은 시간이었다. 

왔던 길을 되돌아 오는 동안 우리는 말이 없었다. 

해가 산 넘어로 저물어 가는 것을 보면서 고요히 발길을 제촉했다. 

산 길 사이로 유격장이 다시 보였을 때는 다들 오늘이 최고의 날이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7
시가 넘은 시간이어서 급히 밥을 먹고 밤에는 빵(이색팥빵)과 음료수(포카리)도 주었다. 

나는 작업을 하느라 건빵 하나를 더 먹었다. 

2)
이제 2주 남았도다. 내일은 부대 배치가 있다. 이제 곧 5주차다. 

6
주는 길지 않은 시간이다. 2 2개월도. 


2003
3 9 

어제 배치될 부대가 결정되었다. 해병대 제 2사단이다. 

6
여단이나 1사단 보다는 낫지만 '연평도 -> 사령부'의 궁합도 아쉽다. 

"
해병대 제 2사단 XXX 통신 유무선병 이병 황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