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누군가

나의 스무살 시절

어디서 무얼 했느냐 

묻는다면

 

강화의 억센바람 맞으며

조국을 가슴에 안고

젊음을 바쳤노라고 

말하리라.

 

- 강화 해병혼 -

 

 

해병이 되어서 어머니의 사랑을 알았고

해병이 되어서 친구의 우정을 알았고

해병이 되어서 사랑하는 이의 향기를 알았고

해병이 되어서 남자의 눈물을 보았다.

 

꽃은 피어도 소리가 없고

새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사랑은 불타도 연기가 없고

해병은 죽어도 말이 없다.

 

땀은 나를 위해 흘리고

눈물은 동기를 위해 흘리고

피는 조국을 위해 흘린다.

 

- 해병 묵시록

 

 

몸에 문신을 새겨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이들처럼

해병들은 군복에 자수를 박아 해병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데 적극적이다.

현역 복무시절 몇몇 선후임 해병들이 군복 뒤에 위와 같은 시를 자수로 박아 넣곤 했던 것을 기억한다.

 

던킨도너츠에 앉아 노트북을 놓고 작업을 하다가 불연듯 '해병' 글자가 머리에 박혔다

아마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었을 것이다.

속에 마음 속에 무언가 부정적인 기운이 느껴질 그렇게 종종 '해병'이었음을 스스로 상기시키곤 했다

 

해병에 대한 세상의 인식은 크게 엇갈린다

강하거나, 혹은 강한 하거나.

 

후자인 경우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같이 복무했던 해병들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실제로 심적으로 유악하거나, 혹은 체력적으로 허약한 친구들도 많았다.

가슴에 빨간명찰의 무게,

선후임 해병들의 강인한 기개가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압박, 혹은 중압감으로 작용하여

종종 그들을 변모하게 했다.

 

하지만

타고난 강인함과는 별개로

의롭지 않은 앞에서 해병은 공통적으로 누구보다 강했다.

 

해병들의 가슴 속에 공통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바로  '()' 

그것을 보면서

진정한 의미에서 강인함이란 것은 

육체적인 견고함, 혹은 지식적인 충만함 이전에

타인을 배려하고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바음

바로 '()' 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복무 기간 내내 비겁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고

(이는 사회 복귀 이후 지금껏 속했던 어느 조직에서도 없었던 해병 조직만의 고유한 특성이었다)

선임 해병들도 지켜야 가족과 친구들을 가슴에 품고 나아간 전쟁에서 적을 앞에 두고 물러서는 법이 없었고전승 불패한 것으로 안다.

그렇기에 가장 강한 이들은 아니었지만, 가장 강한 군인이었다고.

 

뿐만은 아닐 것이다

전역후 이미 6년의 세월이 지났고

가진 것이라곤 몸뚱아리 하나 뿐이던 와는 달리 지켜야 이룬 것들도 많지만

가족과 친구들이 위험에 처할 있는 국가 위기 상황이 오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일개 사병으로 돌아가서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노라고 다짐하는 것은

 

세상의 비겁함에 지치고, 비겁함에 지쳐 내가 비겁해지려

순검시간 선임들이 내리치던 워커발, 철모 마냥 정신이 번쩍 들게 일깨워주고

뜻한 길을 걷게 주는 존재!!

그럴 때마다 스스로 '해병'임을 감사하게 된다